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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승마산업 현주소(하) 말산업 벼랑끝 속 '10년 공든탑' 승마 이대로 무너뜨릴건가

2011년 말산업육성법 제정으로 '국민레저' 승마 첫 출발...토대 다졌지만 갈 길 멀어
승마업계도 "경마 정상화돼야 승마도 생존 가능...온라인 발매 서둘러야" 한 목소리

김철훈 기자

기사입력 : 2021-06-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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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17회 세계재활승마연맹(HETI) 2021년 서울 세계대회 개막식에서 한국마사회 김우남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수천년의 인류 역사에서 자동차의 등장은 이전 오랜 세월 동안 이동과 운송 기능을 해온 말(馬)의 역할을 없애버렸다. 대신에 현대사회에서 말은 승마와 경마 같은 레저활동을 비롯해 재활치료·반려동물 등 새로운 기능을 부여받아 중요성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승마를 포함한 용마(用馬) 문화는 유럽·미국 등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크게 발달하면서 국민 레저산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반면, 우리나라에 승마가 일반국민에게 대중문화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고작 10년 전부터이다.

그동안 한국 승마산업은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광범위한 대중화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마사회는 사회공익·힐링승마 등 승마문화의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지만 지난해 초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의 엄습은 1년 넘는 경마 중단을 초래해 경마 의존도가 높은 한국 승마산업을 10년 만에 존폐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10일 폐막하는 제17회 세계재활승마연맹(HETI) 2021년 서울 세계대회의 성공 개최를 계기로 재활승마를 포함한 국내 승마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승마 저변 확대와 국민 레저 증진을 위한 방안을 2회 연속 짚어본다. <편집자 주>

◇ 2011년 출발한 국민레저 승마, 토대는 다졌지만 여전히 '갈 길 한참'

지난해 7월부터 한국마사회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준비해 온 '한국경마 상생 거버넌스 구축 및 한국마사회 미래상 재정립을 위한 혁신방안' 최종안이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 1월 공개됐던 혁신방안 초안에서는 마사회가 기존 '경마 시행체'에서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으로 위상을 재정립하고, 국민 복지증진·여가 선용·축산농가 활성화를 위해 승마산업을 적극 지원·육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 7위 규모로 성장한 국내 경마산업과 비교해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승마산업을 활성화해 국민 여가생활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고, 레저활동을 고급화하고, 농촌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나라 승마는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때 승마 경기장이 신축된 것에서 보듯이 엘리트 체육인 양성에 초점이 맞춰졌고, 지난 2011년 말산업육성법 제정과 2012년 말산업육성 종합계획 수립을 계기로 비로소 대중화의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 10년 간 육성 정책에 힘입어 말 사육두수와 승마장 시설 같은 말산업 인프라 규모는 일정 정도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기준으로 경주마와 승용마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 말 보유 두수는 2만 7000두였다. 790만두를 자랑하는 미국을 위시해 ▲중국 340만두 ▲독일 130만두 ▲영국 86만두 ▲호주 26만두 ▲일본 6만 9000두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지만 국토 면적과 말산업 역사를 고려한다면 적지 않다.

다시 세분해 승용마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나라는 1만 2000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123만두 ▲영국 84만두 ▲호주 5만 9000두 ▲일본 1만 5000두 순이다. 대부분 경마용 경주마 수가 많지만, 영국은 승용마 수가 압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승마장은 우리나라에 468개소가 있다. 결코 적은 수는 아니지만 프랑스는 무려 9400개이며, 독일도 7400개에 이른다. 영국(1100개)과 일본(1000개)도 우리의 2배 이상이다.

국내 정기 승마인구는 4만 2000명 수준으로, 독일(39만 명)·영국(18만 명)보다 대중화가 미흡하지만, 인구 수를 감안하면 미국(20만 명)·일본(8만 명)과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을 만큼 성장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승마 인프라 확충과 승마인구 증가로 국내 승마 시장은 2010년 363억 원에서 2019년 1040억 원으로 10년새 3배 가량 성장했다.

◇美·유럽·日과 비교해 열세인 국내 승마…"그만큼 성장 잠재력·역동성 크다는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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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승마선수가 승마를 하는 모습. 사진=한국마사회

그럼에도 국내 승마산업이 아직 질적 성장을 이루고, 국민레저로 자리잡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국내에서 승마는 여전히 '상류층 레저'라는 고정관념이 남아있는데다 승마장 접근성이 낮고, 부상 위험이 많다는 인식도 퍼져 있다.

그러나, 승마업계는 승마는 골프보다 저렴하고, 어린이와 고령자 모두 안전하게 즐길 수 있으며,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400곳 이상의 일반국민 대상 승마장이 운영되고 있다며 잘못된 인식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의 해명에도 아직 ▲국내인구 1000명당 승마인구 ▲정기승마인구 1명당 말두수·승마시설 비율 ▲말산업의 국민경제(GDP) 기여도 등은 말산업 선진국인 유럽·미국·일본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국내 승마산업의 경마산업에 의존도가 외국과 비교해 높다는 점은 개선돼야 할 당면 과제로 꼽힌다.

2019년 기준 국내 전체 말산업 매출 가운데 경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77.5%이지만, 승마 비중은 겨우 3.1%에 불과하다. 경마 비중이 77.8%로 높은 프랑스의 승마 비중이 8.3%인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승마의 역사는 길지만 우리나라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유사한 영국·프랑스·독일은 인구 1000명당 승마인구 2.6~4.6명으로 우리나라(0.8명)의 3~4배로 월등히 많다.

이같은 현실은 국민 여가선용의 다각화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승마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역설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 "경마 정상화 돼야 승마도 생존…현실적 해법은 '온라인 발매' 도입"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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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사회공익직군 힐링승마 프로그램을 통해 소방관들이 힐링승마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마사회


지난 10년 동안 토대를 다지고 앞으로 성장 잠재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국내 승마산업이 정작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승마산업이 의존하고 있는 경마가 1년 넘게 중단된 탓이다.

한국마사회는 마사회가 운영하는 승마장은 물론 전국 각지의 민간 승마장을 이용하는 일반국민 승마 이용자에게 일정금액의 승마 강습료를 지원해 준다. 마사회가 납부하는 레저세 등 세금도 지자체를 통해 일반국민 승마이용자를 지원하는데 쓰인다.

또한, 마사회는 사회부적응 청소년과 소방관·코로나19 의료진 등 사회공익 종사자를 위한 '사회공익·힐링승마'를 무상 운영하고 있다.

2016년부터 사회공익·힐링승마 사업을 시작한 마사회는 2019년 한 해에만 청소년·소방관 등 4134명에게 강습비 전액을 지원해 승마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아울러 2005년부터 재활승마 강습 프로그램도 도입해 승마지도사·말조련사 등 승마 전문인력 양성과 함께 승마산업 일자리 창출에도 큰 역할을 해 오고 있다.

특히, 재활승마·힐링승마의 신체·정신 긍정효과가 여러 임상결과에서 입증되면서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

한국재활승마학회, 청주대학교 등은 2018~2019년 마사회 사회공익·힐링승마가 청소년·소방관의 정신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완화하고, 수면의 질은 물론 공감수준과 삶의 만족도를 모두 높인다는 임상결과들을 잇따라 발표했다.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국내 처음으로 열린 제17회 세계재활승마연맹(HETI) 2021년 세계대회의 임상결과 발표섹션에서도 러시아 재활승마 전문가인 옥산나 쿠즈미나 박사는 러시아에서 무릎 인공관절 전치환 수술을 받은 50~70대 여성 30명을 대상으로 3주간 재활승마를 진행한 결과, 통증과 부종(浮腫)이 줄어들고, 다리 운동과 삶의 수준이 증가했다는 임상실험 사례를 발표했다.

국내 말산업의 잠재력과 재활승마·힐링승마 같은 신사업의 대두는 마사회에게 '도전과 기회'를 안겨주지만, 1년 넘는 '경마 중단' 사태는 설립 72년의 마사회를 초유의 '적자경영'의 늪에 빠뜨리고 있다. 유보금도 거의 고갈돼 당장 오는 7월부터 차입경영에 들어가야 할 지경에 놓여있다.

마사회와 말산업계는 경마 정상화의 유일한 해법으로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주무부처 농식품부의 반대는 요지부동으로 관련 법안들은 현재 국회에서 '깊은 수면에 빠져 있는' 상태다.

경마 종사자와 말 생산농가는 물론 승마업계와 관련 학계에서도 경마가 정상화돼야 승마산업도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을 절규하며, 경마 정상화를 위한 온라인 발매 도입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일반국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승마장을 운영하는 한 민간승마클럽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마사회로부터 받는 승마 이용자 강습료 지원이 끊겼다"고 전하며, "지난 10년간 꾸준히 승마 인구가 늘었는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말산업 위기가) 이대로 간다면 경마 의존도가 높은 승마산업도 존폐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온라인 발매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 하루빨리 경마가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국내에 2곳뿐인 재활승마지도사 양성과정 지정기관인 전주기전대학 박영재 교수(말산업스포츠재활과)는 "경마산업과 승마산업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경마산업이 정상화돼야 승마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부는 로또·토토에 규제를 느슨하게 해 편의점에서 청소년이 구매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폐해를 키우면서도 경마에는 규제를 더 강하게 만들어 말산업을 위축시키고 사행산업 업종간 형평성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이제라도 정부가 온라인 마권 발매 법제화에 적극 나서 경마는 물론 승마를 포함한 전체 말 산업의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박 교수는 피력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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