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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광고' 지고 '브랜드 영화' 뜬다

이혜영 기자

기사입력 : 2021-06-20 14:00

‘미국판 배달의민족’ 도어대시가 제작한 단편영화 ‘도시의 영혼’. 사진=도어대시이미지 확대보기
‘미국판 배달의민족’ 도어대시가 제작한 단편영화 ‘도시의 영혼’. 사진=도어대시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브랜드 광고(기업 광고)’의 대안으로 ‘브랜드 영화(기업 영화)’를 만드는 일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휴렛팩커드(HP)나 3M 같은 초일류 기업을 포함해 기업 이미지나 제품을 홍보하는 종래의 광고 방식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감성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 형식의 새로운 마케팅 기법에 관심을 쏟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미국 최대 음식배달업체가 영화를 만든 이유


지난 14일 미국 뉴욕 중심가에서는 종래에는 볼 수 없던 특이한 영화 시사회가 열렸다.

100여명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시사회는 ‘미국판 배달의민족’으로 불리는 미국 최대 음식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가 제작한 단편영화 ‘도시의 영혼(Soul of the City)'을 감상하기 위해 마련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외식업에 종사하며 전례 없는 고통을 겪은 뉴욕시 자영업자들의 실상을 그린 영화다.

도어대시가 유튜브에 올린 ‘도시의 영혼’에는 별도의 광고를 붙이고 있지만 이 영화 자체는 도어대시를 직접 노출하는 내용이 거의 전무하고 영화의 주인공인 자영업자들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이 직접 나서 제작을 한 영화는 이 영화뿐이 아니다. 이른바 기업 광고와는 차원이 다른 ‘브랜드 영화’를 직접 제작하는 새로운 실험에 나선 미국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

직접 만들지는 않더라도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감성적으로 알리고 공유하는방법으로 제품 노출을 조건으로 달지 않고 관련 영화를 직접 후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제품 노출 없는 것이 특징


CNBC에 따르면 미국에서 브랜드 영화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전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가 최근 많은 기업들 사이에서 기존 광고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자성이 일면서 브랜드 영화라는 개념이 새롭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애초부터 브랜드 영화라는 개념은 기존의 기업 광고와 크게 다른 점은 제품 노출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달랐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영화를 후원하더라도 제품 노출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의류브랜드 판타코니아가 공공재로서 공유지의 중요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 ‘퍼블릭 트러스트(Public Trust)'를 제작한 것과 미용 브랜드 도브에서 오스카상을 수상한 단편 애니메이션 ’머리사랑(Hair Love)‘을 제품 노출을 조건으로 붙이지 않고 후원한 것이 초창기 브랜드 영화의 사례다.

한 시장조사업체가 미국 광고주의 인식에 관해 벌인 조사에서도 응답업체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브랜드 영화가 기존 광고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미국 최대 PC 생산업체 HP와 미국 최대 사무용품 제조업체 3M가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트라이베카 영화제에 직접 제작한 영화를 출품한 것이 주목을 받았고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과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의 최고 임원들도 트라이베카 X라는 포럼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트라이베카 X는 광고와 엔터테인먼트를 융합하는 방안에 관해 업계 관계자들이 논의하는 플랫폼이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NBC유니버설이 미국의 대형 할인마크 체인점 타깃의 후원으로 단편영화를 추진 중인 것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새롭게 일고 있는 거대한 물결”


이같은 현상에 대해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는 팀 캘킨스 교수는 “거대한 물결이 새롭게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주로 의존했던 TV 광고가 뉴미디어의 발달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재 많은 기업들이 당면한 문제의 핵심은 소비자들에 가까이 다가가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브랜드 영화는 제품을 홍보하는 차원이 아니라 기업이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를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데 도움이 되는 훌륭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NBC유니버설의 스티븐 러머 수석 부사장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점차 일반화되면서 미디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 단순한 일회성 광고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기업들 사이에서 확산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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