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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강달러로 숨고르지만 상승세 여전히 유효... 수혜-피해업종은

이태준 기자

기사입력 : 2021-06-21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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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캔자스주 오클리 남쪽 들판에서 작동을 멈춘 오일 펌프 잭이 석양을 배경으로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요즘 주유소 가기가 겁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제유가가 활활 타오르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유가는 최근 달러화 강세 ‘화살’을 맞고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에너지 업계에서는 중장기적 상승추세엔 물음표를 달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마이너스까지 곤두박질 쳤던 유가 상승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다만 상승세가 예상보다 빠르고 가파르다는 것이다. 일부 분석기관은 올해 유가가 2014년 이후 7년 만에 100달러 선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처럼 유가 상승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과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원유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는 취임 첫날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중단시키는 등 탄소중립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는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미국 텍사스주까지 송유관을 연결해 하루 8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하는 사업이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은 올해 유가 상승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 달러화 강세보다 수급과 구조적 요인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

국제유가는 일반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하락하고,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상승한다. 대부분 국제 원자재는 달러화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수요가 억제돼 가격이 떨어진다. 반대로 달러화 가치가 낮아지면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오르게 된다.

이처럼 달러화 가치는 유가에 중요한 변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수급과 원유생산의 구조적 요인을 살펴보는 게 올해는 더 중요하다 강조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유가 상승 요인으로 공급 부족을 우선 꼽는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가 3분기에 평균 배럴당 8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80달러를 훨씬 웃돌 수도 있다고 한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진단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인도가 빠른 경제회복을 보이기 시작, 원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원유시장은 수요가 탄탄해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여름 휴가철 자동차 여행 증가도 원유 수요 낙관론에 힘을 싣는다. 미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해외 여행객보다 차량을 이용하는 국내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전망이다. CNN은 지난 4월 최근 미국에서는 호텔 예약률이 항공권 예약률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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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집열판으로 뒤덮힌 뉴욕 브루클린의 한 건물 옥상 모습. 사진=뉴시스

●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를 막는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청정에너지 육성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취임 첫날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 취소다. 이 프로젝트 중단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당시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단시간 중단만으로도 미국 동부의 많은 지역에서 휘발유 가격이 치솟았고 공급 부족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런데도 바이든 정부는 파이프라인에 반대하는 공격적인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연방정부 토지에 대한 신규 원유 및 가스 시추 허가를 중단했다. 이런 조치 또한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원유 업체를 대상으로 한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58%의 경영자가 “연방 정부 규제 증가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규제 불확실성에 직면한 원유 업체들이 운영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를 줄이는 원인이다.

이렇다 보니 글로벌 석유 업체들의 석유 채굴 투자액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은 공급 감소로 이어져 달러화 강세에도 중장기적으로 유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라는 진단이다.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미국이 원유생산에서 한발 물러났다는 점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기후 변화 대처에 나서면 모든 화석 연료 생산이 감소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 변화가 일어나는 와중에도 인플레이션 압력과 에너지 수요는 점차 높아지고 있어 유가의 중장기적 상승추세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원유시장의 가격결정력은 미국의 손을 떠나 OPEC+에게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셰일유 생산으로 저유가에 시달리던 OPEC+는 이제 전 세계 비산유국 소비자들을 압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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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서울의 한 주유소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 한은 “전망치 60달러 후반보다 더 가겠지만 100달러까지 가진 않을 것”


국제유가가 2년 8개월 만에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면서 한국은행과 국내 정유, 항공, 조선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은은 지난 20일 국제유가가 지난번 전망치인 연간 배럴당 60달러 중·후반보다는 높아지겠지만, 시장 전망치인 80달러나 100달러대까지는 치솟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유가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열려있는 건 맞지만, 향후 이란 핵합의 타결, OPEC+(오펙플러스)의 감산 규모 완화 등 하방 리스크도 존재하는 만큼 지속적인 상승세를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정유업계 관계자의 전망은 한은과 다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유가 향방을 예측하는 것은 변수가 너무 많아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외신에서 자주 언급하는 ESG 경영을 강화하고 낡은 원유 시설들을 폐쇄하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예전처럼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유가가 오른다고 공급을 늘리기는 어려워 중장기적으로 유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산업계도 유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유가가 상승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항공·해운·물류업계는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감소에 더해 항공유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다만 항공사의 경우 코로나19로 발이 묶여있는 비행기가 많아 아직은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도 최근 유가 상승이 실적 영향을 주고 있는지 논의하기엔 이르다는 의견이다. 유가 상승은 정유사들에 단기적인 재고이익을 안겨주지만, 여전히 저조한 석유제품 수요로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은 여전히 낮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유가 상승 기조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해양 플랜트 발주가 늘어나는 것도 유가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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