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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게, 진화 과정에서 취약한 점 환경 이용해 보호하고 생존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15)] 소라게의 지혜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21-07-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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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게는 자신의 취약한 점을 환경을 이용해서 보호하고 생존해가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요즘 애완동물로 소라게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소라게의 정식 명칭은 집게이지만 일반적으로 소라게라고 부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 집게를 특별히 소라게라고 부르는 이유는 자기 몸에서 껍데기를 만드는 일반 게와는 다르게 고둥이나 소라 등 조개류의 껍데기를 빼앗거나 주워서 거기 들어가 몸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소라나 고둥의 껍데기를 집으로 삼는 이유는 약하고 긴 나선형 복부가 있기 때문이다. 취약한 복부는 몸 전체를 숨길 수 있는 짊어지고 있는 껍데기로 보호한다. 평생 성장하며 몸이 커질 때마다 적당한 조개껍데기를 찾아다니며 이사를 해야 한다. 소라 껍데기로 몸을 보호하지 않으면 낮에 내려쬐는 태양광 때문에 머지않아 죽는다.


성체가 된 이후부터 소라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사는데, 성장하면서 몸이 커지면 더 큰 껍데기를 찾아야 한다. 처음부터 몸에 맞는 소라를 구하는 경우는 드물어서 항상 몸에 맞는 껍데기를 찾곤 한다. 스스로가 들어가기에 너무 큰 껍데기를 발견하면 일단 근처에서 대기하는데, 재밌는 것은 그 껍데기를 두고 근처에 다른 집게들도 하나둘씩 모인다. 그렇게 모인 집게들은 이제 자기들끼리도 껍데기 크기를 대보고 큰 놈에서 작은 놈 순서로 줄을 서고 기다린다. 이렇게 기다리는 소라게가 20여 마리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큰 껍데기에 들어갈 만한 소라게가 나타나서 자기 집을 버리고 큰 소라에 들어가면 그 다음 큰 소라게가 앞서 큰 놈이 버린 소라로 들어간다. 이런 식으로 모두 자기 집에서 나와 앞에 있던 게가 빠져나온 소라에 들어간다.

소라게, 성장시 몸이 커지면 더 큰 껍데기 찾아야

진화의 과정에서 약한 배와 꼬리를 가지게 된 소라게는 자신의 취약한 점을 환경을 이용해서 보호하고 생존해간다. 즉 아무리 취약하더라도 환경을 지혜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 자신을 지킬 딱딱한 껍질이 없는 약점을 주위에서 빈 소라를 찾아 그 안에 들어가는 외부의 적과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내서 높은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것을 ‘소라게의 지혜’라고 부를 수 있다. 이들이 옆에서 기다리는 이유는 조금 큰 녀석은 자기에게 맞는 소라를 발견하면 그리로 옮겨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면 그 빈 소라에 자신이 들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소라게를 영어로는 ‘Hermit crab(은둔자 게)’라고 부른다.

인간의 행동을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공식이 있다. 이 공식은 〔B=f(P×E)〕이다. 여기는 ‘B’는 행동(Behavior)이고 ‘P’는 개인(Person), 그리고 ‘E’는 환경(Environment)이다. 이 공식을 쉽게 풀이하면, 인간의 행동은 개인적 변인과 환경적 변인의 상호작용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 공식에 의하면, 우리의 행동은 순수하게 개인적인 원인에 의한 것도 없고, 또한 환경적인 원인에만 의해 일어나는 행동도 없다는 것이다. 모든 행동은 개인과 환경의 영향을 같이 받지만, 행동에 따라 개인적인 원인 또는 환경적인 원인이 더 클 수는 있다.

같은 심리학 안에서도 전공 분야에 따라 개인적 변인을 중시하는지 사회적 환경적 변인을 중시하는지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성격심리학은 사회적 환경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성격의 영향을 더 중요한 변인으로 생각한다. 대조적으로 사회심리학이나 문화심리학에서는 성격의 영향을 인정하지만 사회적 문화적 변인에 더 강조점을 둔다. 넓게는 사회 과학 전반에 대해서도 같은 설명이 가능하다. 심리학은 사회학이나 인류학에 비해 개인적 원인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반면에 사회학이나 인류학은 사회적 또는 문화적 영향에 더 관심을 둔다.

처음부터 몸에 맞는 소라 구하기 힘들어

우리 모두는 성격적인 측면에서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똑같은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이라도 어느 환경에 노출되는지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예술 분야에서는 감정적이고 섬세한 성격이 큰 예술가로 성장하는데 기본 요건이 된다. 하지만 정치 분야에선 오히려 협상과 타협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정신건강에 대해 개인 내적인 성격 요인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의 성격 특성과 그 발달 원인에 대한 연구에 치중하고 있다. 이는 물론 당연하고 타당하다. 하지만 같은 성격 특성이 환경에 따라 순기능을 할 수도 있고 역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캐나다의 소규모 두 지역사회에서의 삶에 대한 적응을 연구하면서 알렉산더 레이톤(Alexander Leighton)과 도로시아 레이톤(Donothea Leighton), 그리고 모톤 바이저(Morton Beiser) 등은 정신건강이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는 정도를 알아보았다. 이 사회정신의학자들은 특히 개인 내부에서보다 환경의 적응구조에 의해 정신건강이 유지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들의 연구에서도 정신과적 증상들이 종종 개인의 성격에 좌우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러나 이런 징후들로부터 야기되는 사회적 심리적 무능력은 아주 나타나지 않거나 혹은 심하게 나타날 정도로 변동이 심했다. 예를 들면 매우 취약한 몇몇 사람들도 온화하고 구조화한 사회적 환경 내에서는 우아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관찰하였다. 이들은 이 환경을 소라게(hermit crab)와 같은 상황이라고 불렀다. 자신의 약점을 환경을 이용하여 적응하여 높은 생존율을 기록하는 소라게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성격적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적절한 환경만 제공해주면 얼마든지 취약점을 만회하고 유능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 위 연구자들은 비록 취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이라도 유용하고 유능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소라’의 역할을 하는 사회문화적 조건들을 알려주고 있다. 이 조건들은 개개인들에게 자기존중감, 사랑, 스승, 자기결정력 등의 조건들이다. 이들 조건들만 지역사회가 마련해준다면, 성격적으로 취약한 사람들도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응집력이 없는 지역들을 실험적으로 통합시키고, 그 결과 주민들의 정신건강이 눈에 띄게 향상됨을 보여주었다.

성격 심리학 인간 행동 영향주는 것 인정

성격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은 심리적 갈등이나 외부의 스트레스에 의해 생긴 불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외부의 특정한 요구에 대한 심리적 각성반응이기 때문에 살아가는 동안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또한 적절한 스트레스는 재미의 근원이자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아무런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 활동에 대해서는 쉽게 지루함을 느낀다. 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자신을 위협하는 것을 대응하기 위해 준비한다. 또는 도망치려고 하게 되고, 두려움과 공포에 빠지기도 한다.

동일한 자극에 대해 사람마다 다르게 지각하고 반응한다. 이때 과도하게 불안을 느끼는 사람에게 환경적으로 안정적이고 성과를 경험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면 자기존중감을 획득할 수 있다. 자기존중감은 자신이 존경받을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바람직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유능한 존재라는 마음이다.

동시에 약자에 대한 배려심이 깊은 멘토나 스승을 만나 적응하는데 적절한 훈련과 교육을 받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약점을 극복하고 유용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이런 여건들을 갖춘 일차적인 사회는 가족이다. 가족과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우리는 자기존중감과 자기결정력, 사랑 등을 경험하고 익힐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개인적인 약점을 보완하고 유능한 사회의 일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가족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거의 모든 사회지표에서 결혼한 사람이 더 오래 살고, 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바로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국가는 가족과 유사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다양한 지역 공동체를 적극 지원하고 권장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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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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