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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김부장! 자네가 우리 회사 200억원에 인수해주게”

동남아 취업 10년에 다니던 회사 인수라는 작은 상상 이야기

박희준 기자

기사입력 : 2021-07-19 18:27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이미지 확대보기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
여느 때와 같이 날씨는 후덥지끈 하다. 막 공장을 한 바퀴 돌고 오니 온몸에 땀이 흥건하다. 방송에서 들은 호치민의 날씨는 5월 치고는 높아 섭씨 37도라고 한다. 다행히 에어컨 속에서 살아가지만 올해 들어 매출이 좋지 않아 공장 간부들 모두 고민이 많다.

특히 요즘 사장님 표정이 어두워 보인다. 건강도 예전같이 못하다고 하신다. 장남이 최근 영국에서 결혼하고 회사에 왔을 때 가족간 말다툼이 컸다고 한다. 베트남 회사 승계에 관한 일이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집무실로 부르시더니 "김 부장! 자네가 이 공장인수하지. 이젠 나도 좀 쉬어야겠어. 10여 년 지켜보니 김 부장이 적임인 것 같네. 전문가에게 확인해 보니 회사는 300억 원 정도 가치가 있다고 하는 데, 김 부장이 200억 원에 가져가면 최선일것 같네"라고 했다.

이 무슨 날벼락 같은 말씀인가? 집무실을 나오며 별생각이 다 들었다. 요즘 조금 회사가 힘들어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미리 "관두라는 것인가? 아니면 장남이 승계하도록 미리 정리하는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사흘 정도를 보냈다. 누구 하나 의논할 수도 없었다. 얼마나 조심스러운 일인가?

■베트남 선택의 10년, 기술의 대물림


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인 지난해 6월에 이 회사에 입사했다. 이젠 2030년이니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내 나이도 이젠 39살이다. 10년 전 당시에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께서 만드셨다고 하는 '글로벌청년사업가(GYBM)양성과정'에서 1년간 베트남어를 배우고 지금의 이 원단회사로 입사했다. 우리 회사는 니트(KNIT)나 우븐(WOVEN) 원단 모두를 생산했다. 화학섬유로 인근의 동남아 봉제(縫製)회사로 팔려 나간다. 입사 당시 연간 2000만 달러 정도 매출이었다.

지난 10여년간 유럽이나 북미, 중남미지역으로도 판매처를 늘려 3년 후에는 1억 달러 고지 달성도 무난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베트남 지역에 크고 작은 화학 회사가 들어오면서 원재료도 확보가 쉬워지고 자동화에도 많은 공을 들여 이익률도 많이 좋아져서 주변의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 사이 GYBM 연수과정을 같이 한 동문의 도움이 컸다. 동남아 전역에 3000여 명이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니까 가만히 있어도 원재료나 판매 루트에 대한 제안을 많이 받았고, 좋은 조건의 거래를 비교적 안전하게 키워 나간 결과이다. 사장님께서도 임원회의 때 이런 크고 작은 공에 대하여 칭찬을 자주하시던 일들이 벌써 10년이 된 세월에 큰 힘이 됐다.

그러나 모든 것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한국의 경쟁사, 대만 회사의 견제 특히 화교자본이 들어간 회사일수록 집요하게 괴롭혔다. 초창기 직원이 3000여 명이던 시절에 한국에서 대거 베트남으로 들어오며 베트남 현지 직원들을 빼나가던 기억, 특히 세계적 규모의 가전 회사가 들어오며 급여도 많이 주며 유혹해갔다. 한국어구사가 잘 되는 현지 직원들이 많은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집중 타격을 받았다.

이런저런 일로 지칠 때면 다른 회사로 옮기고 싶은 유혹도 많았다. 2~3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간 동기, 매일 8시 출근, 밤 8시까지 근무, 토요일이나 돼야 친구들 만나는 정도인 공장생활이 지겹다며 호치민의 밤문화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친구들도 나를 괴롭혔다. 결혼한 지 5년이 지나고 애도 3살이니 이젠 시내 중심부의 회사로 가자는 가족들의 권유도 많았다. 5년 전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올 때마다 흔들리는 마음을 겨우 달래며 지냈다.

■버티는 수준을 넘은 오기의 발단 – 아마존과 GYBM교육


그런 중에서도 나름대로 버텨온 두 가지가 일이 있었다. 10년 전, '아마존에서 호미가 팔린다'’는 기상천외한 신문 기사와 GYBM 연수 시간에 들은 박 전무님의 일침(一鍼이었다.
나의 고향인 경북 봉화와 가까운 영주대장간, 한창이나 시대에 뒤떨어진 생산시스템의 제품, 그것을 아마존에서 팔아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 있다는 기사였다. 삼지창이나 삽기능 밖에 없는 미국의 원예도구가 딱딱한 땅을 파거나 나무가지나 풀뿌리를 후리는 데 유용한 호미의 기능을 보고 한국의 4배 가격에 팔린다는 덧이었다. 그리고 당시 해군 중사 출신 한 명이 전역하며 그 대장간 사장님 밑에 일 배우러 들어갔다는 기사였다. 모두가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만 외칠 때 이름도 잘 모를 경북영주, 농경시대에나 들어 볼만한 ‘대장간’에서 미래를 기약한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연수과정 중에 당시 사무총장인 박창욱 전무께서 "왜 돈도 없고, 기술도 없고, 아이디어도 없는 사람들이 그냥 '창업, 창업'만 말하며 세월을 보내느냐? 한국 창업교육에 없는 유형인 '도제(徒弟)'식 창업으로 가보자. 기술, 거래처, 삶에 대한 태도 등을 선배 장인에게서 고스란히 배워라. 50년 평생동안 배워온 지혜를 고스란히 물려 받아라. 대가없이 주겠다고 기다리고 계신 분들! 여러분 부모님 세대의 지혜를 받아 취업하고 창업으로 이어가라. 그게 동남아 시장이 가진 최고의 기회이다"는 외침)이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고민에 내린 결론 - 베트남 진출 1세대 사장님에 대한 예우


제안을 받은 날부터 줄곧 고민이 많았다. 박 전무님께 전화를 드렸다. 주변에 지혜를 구해서 답을 주겠다고 난 이후 전화를 받았다. 사흘이 지난 저녁에 사장님을 찾아 답변을 드렸다.

"사장님!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믿음을 주셨다는 것만으로 최고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모시면서 사장님께 배운 경영에 대한 모든 지혜는 제가 뭘 드려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아버지같이 생각이 들 때도 많았습니다. 제가 뵙기에는 연세가 75세이지만 10년 정도는 더 하셔도 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럼에도 저한테 이런 제안을 주신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제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공장 인수 제안은 사장님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단, 200억 원을 5년으로 분할해서 매년 40억원 나눠서 갚도록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은 회장님 직함으로 3년간 고문 역할을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필요할 때만 나오시고 연봉 2억 원에 차량, 기사, 사무실까지 준비를 하겠습니다. 제가 회사 대표로서 부족한 것을 배워나가는 기간으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자, 사장님께서 일부 조정된 제안을 주신다

“김부장! 고맙네. 사실 35년 전 처음 베트남에서 시작하여 고생도 했지만 그간의 노력이나성과가 자꾸 평가절하되는 것이 제일 마음 아팠네. 내 장남도 이 공장 승계를 피하며 그런 모습의 일단을보여주어 많이 서운했네. 그 마음을 읽어주어 고맙네. 3년을고문으로 배려해 주겠다는 것도 고맙네. 그러면 내가 조금 깎아주는 재미도 있어야 할 것이란 생각에 매각가격을 150억원으로 하고 3년간에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지. 그런 전제로 한 달 내에 실무적인 절차는 마무리하지. 앞으로 잘부탁하네”

나이 39살에 내 회사! 취업과내 사업! 뭐라고 말을 해야할 지 모를 정도로 만감이 교차했다.

베트남 호치민에 취업한 지 10년,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구나는 생각에 그날 저녁의 밤바람이 남달랐다. 아버지께 들은 사이공(호치민)남쪽 하늘의 십자성(十字星)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뒤에 알고 보니 사장님의 장남은 영국 유학을 마치고 현지에 정착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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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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