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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결단이 한국 반도체 운명 가른다

이재용 부회장, '8·15 가석방' 가능성...“한쪽 발 묶는 가석방 아닌 사면이 반도체 위기 해법”

김민구 기자

기사입력 : 2021-07-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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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1월 5일 경기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네트워크사업부를 방문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뉴시스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광복절을 맞아 가석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총수의 글로벌 현장 경영을 막는 가석방은 한 쪽 발을 묶는 결정에 불과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 결정만이 사면초가에 몰린 한국 반도체 산업을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A반도체 장비업체 전무 B씨)


세계 최강을 자랑해온 국내 반도체 산업이 최근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은 물론, 중국, 심지어 일본까지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놔 삼성전자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영어(囹圄)의 몸이 돼 제대로 된 경영 전략을 펼치지 못한 데 따른 예정된 위기다.

한국경제호(號)를 먹여 살리는 효자업종 반도체 산업이 미국 등 경쟁국의 가세로 위기에 처하면 한국경제에 치명타나 다름없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다. 반도체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총성 없는 전쟁 속에서 우리 스스로 한국경제에 자살골을 넣는 치명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8·15 광복절 가석방 가능성 제기

세계 반도체 산업을 둘러싸고 심상치 않은 기류가 맴돌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위기를 감지한 듯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전국 교정시설로부터 8·15 광복절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자 명단을 받았다. 다음 달 초 열리는 가석방심사위원회를 거쳐 이들 가운데 최종 가석방 대상자가 선정된다.

서울구치소가 올린 예비심사 대상자 명단에 이재용 부회장이 포함됐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그의 가석방을 예상하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 부회장은 올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부회장과 박영수 전 특검 측이 재상고를 포기해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 부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형기의 상당 부분을 복역해 이달 말이면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요건을 갖춘다.

형법상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우면 대상이 된다. 그동안 실무상으로는 형기의 80% 이상을 채운 수형자에게 가석방을 허가해 왔지만 법무부가 이달부터 가석방 심사 기준을 복역률 60%로 낮춰 이 부회장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이 부회장 가석방 가능성은 정치권에서도 꾸준히 제기됐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8월이면 형기의 60%를 마쳐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반도체 산업의 요구, 국민 정서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다.

법무부는 이 부회장의 예비심사 대상 포함 여부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명단에 이 부회장이 있는지 없는지는 개인정보에 해당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절름발이식 결단’으로 반도체 위기 극복 못해

법무부가 이 부회장을 광복절 가석방 심사 대상에 포함한 것은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면’ 혹은 ‘가석방’을 놓고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가석방 카드’를 만지작하고 있다는 얘기다. 흔히 ‘대깨문’으로 불리는 강성 여권 지지층 반발에 대비한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가석방과 사면은 크게 차이가 난다.

가석방과 사면은 구속 상태에서 풀려난다는 점은 같지만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 승인으로 구금 상태에서 임시로 풀려나는 것이다. 이는 남은 형을 면제 받을 수 없고 보호 관찰도 받아야 한다. 해외에 나갈 때마다 법무부 심사를 거쳐야 한다. 또한 출국 목적이 명확할 때만 승인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에 따라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렵다.

이 부회장은 86억 원 상당의 회사 자금을 횡령해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2년6개월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특경법상 5억 원 이상 횡령·배임죄로 징역형을 받으면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형 집행 종료 뒤 5년까지 취업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결국 법무부 장관 승인이 있거나 사면 복권이 돼야 취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결국 이 부회장이 이전처럼 부회장직을 유지하며 대외활동을 하기 힘든 ‘절름발이식 석방’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현재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문 대통령이 쥐고 있는 셈이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남은 형의 집행을 면제하기 때문이다.

법적 제한이 풀리는 사면 조치가 내려지면 이 부회장은 즉시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물론 종교계와 유림, 지방 상공업계 등이 목소리를 높여 이 부회장 사면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경제 단체 관계자 B씨는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만 반도체 세계 최대 기업 총수를 수감 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은 세계 정상 유지냐 아니면 쇠락의 길로 가느냐를 결정하는 중대 분기점에 서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반도체 업계, 삼성전자 텃밭 빼앗기 혈안

총수 부재가 길어지면 기업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사실상 중단된다.

한국 경제의 효자 먹거리 산업인 반도체가 사법 리스크의 덫에 걸려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을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은 물론 중국, 심지어 일본까지 반도체 패권 장악을 외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내 두 번째 반도체 공장을 어디에 건설할 지를 놓고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반도체 공룡 인텔이 글로벌 3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한다.

파운드리 세계 1위 업체 대만 'TSMC 타도'를 외치며 쫓아가기도 바쁜 삼성전자는 인텔의 거센 추격까지 당하는 서글픈 신세가 됐다.

인텔의 부상으로 파운드리 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되면서 2위 삼성전자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 부지 매입에 나섰고 지난 5월에는 170억 달러(약 19조 원)를 투입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이후 두 달이 넘도록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수 개월째 공장 부지조차 확정 짓지 못하는 사이 자금력이 풍부한 인텔이 무섭도록 치고 나오면서 삼성전자가 내건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를 따라잡기 바쁜 삼성전자에 인텔의 견제라는 새로운 장애물이 생겼다”고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수 십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기업 투자는 전문경영인이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 부회장이 구속 중인 상태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심각한 얘기"라고 꼬집었다.

일본도 반도체 시장 공략을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TSMC가 일본 이바라키현에 반도체 연구 개발단지를 조성하면 200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보기술(IT)업체 파나소닉도 반도체 산업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우리로서는 갈수록 험로(險路)를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문대통령이 사법정의라는 대의명분에 고심하고 있는 것은 잘 안다”며 “그러나 우리 미래 먹거리가 달린 반도체 분야에서 지금처럼 고민만 할 정도로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게 냉엄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평균 80% 이상이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하고 있다면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사면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국가 경제를 위한 구국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ntlemin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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