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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2023년 소비기한 적용에 앞서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21-09-0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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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86아시안 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해 주기 위하여 1985년부터 적용한 유통기한이 2023년부터는 ‘소비기한’ 표시로 변경된다.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이 다 똑같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한다. 유통기한은 식품유통업자가 해당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한을 말한다. 따라서 해당 날짜가 지나면 더는 판매할 수가 없다.


식품회사에서 유통기한을 정할 때는 여러 실험을 통해서 먹기에 안전하다고 판단한 날짜에 공장의 시설이나 위생 기준 등을 고려한 안전계수를 적용하여 유통기한을 정한다. 대기업의 경우 80%, 중소기업은 60%를 적용하여 산출한다. 그러다 보니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식품일지라도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폐기하도록 하게 하고 그 비용은 년 수조원이 넘을 정도다. 식량 자급률이 27%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많은 양의 식량을 해외에서 수입해 오는데 유통기한 문제로 수조 원씩 낭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식품을 안전하게 먹자는 취지에서 적용한 기준이 오히려 식품의 낭비라는 문제를 가져왔으니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과거보다 식품공장의 제조시설도 매우 위생적으로 전환되었고 HACCP이나 GMP 시설이 보강되었고 GAP 기준이 적용되고 콜드체인이 많이 보급되는 등 제조 및 유통환경도 과거에 비하여 몰라보게 발전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소비기한이 조금 지난 것은 25~50%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은 푸드 뱅크나 노숙자마저도 거부한다. 이는 잘못된 선입관 탓이다.

물론 그들도 안전한 것을 먹고픈 욕심은 이해하나 먹고 죽을 정도가 아니라면 다소 맛이 떨어진 상태로 먹어도 괜찮은 일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도 어려운 유학시절 유통기한이 지난 값싼 빵을 사먹곤 하였다. 때론 곰팡이가 핀 경우도 있었지만 해당 부분을 잘라 버리고 먹어도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지불한 가격보다 더 큰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소비기한 적용에 앞서 다음의 문제들이 보완되었으면 한다. 열악한 중소기업체의 경우 소비기한을 설정하는 실험조차 수행할 여력이 없는 곳이 많다.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기한을 예측하는 실험을 할 수 있는 대학이나 민간단체연구소 등을 확보하고 일부분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소비기한을 설정할 수 있게 유도해 나가야 한다.

또 유사한 식품의 경우 일일이 실험과정을 거치지 않고 식품성분에 따라 소비기한을 설정해 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유통구조가 많이 개선되기는 하였으나 유통 과정 중에 식품의 품질변화가 심하게 일어나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어 유통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뒷받침되었으면 한다. 영하 18도에서도 지방분해효소에 의한 산패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냉동을 하면 온도에 관계없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식품업체의 유통기한은 일 년 내내 일정한 것도 문제다. 식품에 따라서 어떤 계절에 출시하느냐에 따라서 유통기한은 물론 소비기한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월에 생산하는 식품이나 10월에 생산하는 식품이 똑같은 소비기한을 갖는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4월에 생산되는 식품은 더운 여름을 거치는 반면 10월에 생산되는 식품은 추운 겨울을 지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유통된다. 일 년을 4등분하여 각 시점에서 생산된 식품의 소비기한은 각기 다르게 적용되는 값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유나 생선 또는 육류 제품의 경우 쉽게 변질되어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어 소비기한 설정에 보다 신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연유로 8년간 유에를 하였다 하니 이런 문제들을 잘 담아 시행해 보다 안전한 식품들이 저렴하게 공급되고 식품폐기물을 최소화하게 되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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