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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거래 제품 값 5%만 깎자'고 한다면

동남아는 선진국과 신흥국을 아우르는 외통수 원가 학습 훈련장

박희준 기자

기사입력 : 2021-08-3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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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
'사장님! 그러면 회사 영업, 마케팅은 누가 하나요?'라고 며칠 전 베트남을 주제로 강의하신 분에게 질문을 드렸더니 '네, 주로 제가 다합니다.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직접 챙길 수밖에 없습니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이 분은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만이 아니라 중국과 중남미에도 생산기반을 갖고 주문자상표제작방식(OEM)의 제조사업을 하는 분이다. 까다로운 일을 일부라도 맡길 후배가 없다고 한다. 좀 믿을 만하면 회사를 떠나기 때문이라고 했다.마케팅을 맡기려면 4~5년 이상 참고 견디며 배워야 한다. 제품과 원가의 구조를 알고 그 흐름을 알면 제대로 된 영업을 할 수 있다. 단순 지식에 더해 많은 경험이 필요한 영역이 마케팅이라고 했다. 이런 지식들은 경쟁사와 치열한 수주 경쟁을 하면서 실무에서 가장 많이 배운다.

■제품의 원가를 안다는 것의 의미

가끔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본다. "수주나 가격협상을 위해 유럽으로 출장을 갔다. 상대가 나에게 납품 가격을 5%만 낮추자고 제안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본사에 의논하려고 전화하려니 현지시간이 오전 9시, 한국은 새벽 2시로 난감한 상황이다."

이런 제안에 적합한 발상을 해내는 지를 보는 것이다.

"네,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가격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반대급부의 제안을 해보겠습니다. 예를 들면 30%만 선금을 달라고 하겠습니다. 과거 여러 차례 거래에서 한 번도 차질이 없었으니까요. 특히 환율이 오르고 있는 추세라 선금을 받아오면 상쇄가 되는 계산이 나오니 역제안을 하겠습니다. 또 그 회사의 재무 상태가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거나 그 나라의 이자율이 낮다는 정보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안을 했다는 것만으로 거래의사는 분명히 있다고 보고 다른 제안을 추가해 회사의 이익을 키우도록 해보겠습니다. 납기를 한 달만 늦춰달라고 하겠습니다. 가장 비중이 큰 원자재가 해마다 이 시즌이 되면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기다렸다가 자재를 구매해 제작에 들어가면 충분히 커버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량을 20%만 늘려 달라고도 제안할 것입니다. 공장 가동이 여유가 있을 때라 100% 돌리기만 해도 인건비를 절감하고 전체로는 10% 가격을 낮출 요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소설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제품과 원가 구조를 이해하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남아에선 외통수로 배울 수밖에 없는 직무역량

이런 내용은 한국 직장에서 배울 가능성이 현격히 줄어든다. 많은 업무들이 전산화, 자동화, 컴퓨터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담당 업무가 세분화돼 옆 부서의 업무 이해가 부족하고 크고 작은 원가성 비용을 회계차원에서 처리할 때 컴퓨터 입력 화면만 주어지니 단순히 기계처럼 입력만 하는 것도 그 이유이다.

중소기업에 입사하면 이런 세세한 업무를 대할 기회가 많다. 필자가 5년 정도 근무해 본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중소기업 기피현상이 많은 데 조금이라도 머리 아픈 계산과 전후좌우를 따지면 그냥 회사를 관두고 나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주로 상급자와 회계 전담부서 사이에서만 언급되는 경향이 많은 업무가 원가를 따지며 회사의 경영요소를 짚어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 "회사 방침이… 사장님이..."라는 식으로 더 이상의 대화를 피하며 정해진 것 이상으로는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동남아 국가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업무들은 대개 B2B(Business to Business) 즉, 기업간 수주를 기반으로 거래하는 유형이 많다. 그렇다면 직원들은 모두 이런 유형의 업무를 해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두 번이라도 헤매거나 이해를 못하면 트라우마에 걸리기 십상이다. 당한 핑계로 다른 직장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언급되는 신입직원의 높은 조기 퇴사율은 이런 식으로 주어지는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큰 요인이 된다.

학교나 사회교육과 기업 업무 현실간의 괴리는 더 커지고 있다. 취업한 회사가 절대 우월한 제품을 파는 경우라면 몰라도 대개 치열한 가격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영업을 해야만 한다. 상대 발주처와 조금이라도 경쟁력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은 일정 기간 치열한 원가계산을 하는 업무를 통해서 학습하는 것이다.

■직장의 골치아픈 업무, 승진을 위한 학습기회

이것을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끈기'라고 표현한다. 이런 일이 다반사이다. 제품의 영업 패턴과 업무 추진 방식이 그래야만 한다. 담당 인력이 매우 적은 회사의 직원 입장에서는 '외통수'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반드시 울면서 맞닥뜨린다. 그러면서 배우며 성장하는 것이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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