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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소해면상뇌증(BSE)과 음식윤리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21-10-2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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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대부분의 나라에서 소고기는 돼지고기나 닭고기보다 인기가 높다. 그래서 소고기를 더 많이 더 빨리 얻으려고, 소의 사료에 육골분(meat and bone meal, 이하 MBM)을 넣었다. 소해면상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이하 BSE), 일명 광우병(mad cow disease)은 탐욕에서 유래했다.


BSE는 우리나라에서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관리한다. 프리온(prion) 질병인 전염성해면상뇌증(transmissible spongiform encephalopathy, TSE) 가운데 소가 걸리면 BSE고, 양이 걸리면 스크래피(scrapie)다. 이 병에 걸린 소나 양은 뇌 속에 미세한 구멍이 생겨 결국 죽는다.

영국은 BSE 최초 발생국이자, 최다 발생국이다. 1980년대 초반 스크래피에 걸린 양의 MBM을 소에게 먹이면서 소의 BSE가 시작됐고, BSE에 감염된 소의 MBM을 소에게 먹이면서 BSE 발생이 가속화되어, EU국가들과 아메리카 대륙까지 전파되었다.


BSE 종식을 위해, 영국은 1988년 반추동물에게 반추동물 MBM 금지, 1994년 반추동물에게 포유류 MBM 금지, 1996년 모든 농장동물에게 포유류 MBM을 금지했다. EU도 1994년 반추동물에게 포유류 MBM 금지, 2001년 모든 농장동물에게 동물성 MBM 전면금지조치를 내렸다.

사료금지 조치와 아울러 특정위험부위(specified risk material, SRM) 제거조치를 병행한 결과, BSE 발생이 현저히 감소했다. 현재까지 관찰된 감소율로 볼 때, 영국을 제외한 EU국가들의 경우 BSE가 종결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EU는 BSE 발생 건수가 감소하고, BSE 위험관리수준이 향상되면서, 동물성사료 금지조치의 완화를 추진 중이다.

BSE 사례에서 축산업자들이, 1)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MBM을 준 것, 2)소에게 소의 MBM을 준 것, 이 두 가지가 문제다. 특히 후자는 동일 종 사료 제공(intra-species feed)인데, 자연계에서는 동종포식(cannibalism)에 해당한다. 음식윤리의 관점에서 축산업자들은 생명존중의 원리와 안전성 최우선의 원리를 명백히 위배했다.

소에게 식물성 사료만을 줄 경우, BSE는 발생하지 않고, 생명존중의 원리와 안전성 최우선의 원리도 위배하지 않는다. 소에게 주는 동물성 사료는, ①비반추동물(돼지나 닭)의 MBM, ②반추동물(양)의 MBM, ③반추동물(소)의 MBM으로 구분할 수 있다. 소의 사료에 세 가지를 섞어줄 경우, 어느 것이든 생명존중의 원리와 안전성 최우선의 원리를 위배한다. ①의 경우 사료제조 공장이나 사료를 주는 농장에서 반추동물 MBM과 교차오염이 일어날 수 있어, BSE가 발생할 수 있다. ②의 경우 양의 스크래피가 소에게 전염되어 BSE가 발생할 수 있다. ③의 경우 당연히 소에게 BSE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③의 경우는 자연계에서 소에게 일어날 수 없는 동종포식을, 인위적으로 소에게 반강제적으로 행한 것이기에, 음식윤리의 관점에서 가장 바람직하지 않다.

소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되새김하는 초식동물이고, 앞으로도 다른 본성을 지닌 종으로 진화할 것 같지 않다. 소는 본성대로 먹고 살 권리가 있고, 인간은 소의 본성을 바꿀 권리가 없다. 인간이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섞어주는 행위는 소를 속일 뿐만 아니라, ‘먹기 싫은 고기’를 먹게 하는 반자연적(anti-natural) 권력 행사다.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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