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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년 손실 감내 馬主(마주), 말산업 붕괴 막은 '숨은 공신'

■기획 '100년 한국경마, 국민레저로 달리고 싶다' - (중) 제29회 서울마주협회장배 경마대회가 남긴 것
위드코로나 전환 따라 2년만에 관중 입장 속 개최…국내 마주 830명 코로나 경마중단에 대부분 '적자'
원년마주 중심 "한국경마·말산업 지키자" 사명감…"경마 중단 없게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 호소 한목소리

김철훈 기자

기사입력 : 2021-11-2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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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은 '한국 경마(競馬) 100주년' 되는 해다. 일제 강점기에 탄생해 한국전쟁의 상흔을 극복하며 100년 동안 '국민의 대중오락'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 경마를 덮친 '코로나19 재앙'은 올해로 이어져 경마를 포함한 한국 말()산업의 위기를 불러올 정도로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국내 사행산업 시조(始祖)격으로 한때 사행산업 매출 비중 70%를 차지하던 한국 경마는 지난해 매출 비중이 10%로 급감했고, 올해 10월까지 1%로 쪼그라들어 거의 '소멸' 지경에 처해 있다. 다행히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으로 경마장 고객 입장이 재개됐고, 마사회 소속 경주마 '닉스고'는 한국 경마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경주마 랭킹 1위에 올라 한국 경마의 잠재력을 국내외에 알리는 쾌거를 거뒀다.

코로나로 고사 위기에 내몰렸던 경마업계는 타개책으로 '온라인 마권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하며 경마를 사행산업이 아닌 국민 레저산업으로 봐 줄 것을 정부와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다. 아울러 말산업계와 핵심 지원기관인 마사회의 혁신도 요구하고 있다.

시행 100주년을 맞는 한국 경마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한국 경마가 진정한 '국민 레저'로 발전하기 위한 길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20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제29회 서울마주협회장배 대상경주에서 경주마들이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모습. 사진=김철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20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제29회 서울마주협회장배 대상경주에서 경주마들이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모습. 사진=김철훈 기자

전국 경마공원에 고객입장이 재개된 지 3주째인 지난 20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에서는 제29회 서울마주협회장배 경마대회(G III)가 2년만에 관중 입장(유관중)으로 개최됐다.
전국 830여 명의 마주(馬主)들은 코로나19로 경마가 중단된 지난 1년 8개월 동안 상당수가 자비로 국산마 구매, 경주마 사료비 등 경비를 지출하며 적자 신세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원년 마주'들을 중심으로 '한국경마를 지켜야 한다'는 소명 의식으로 버티며 사내유보금으로 상생경마를 시행해 온 한국마사회와 함께 사실상 한국 경마산업·말산업의 붕괴를 막은 '숨은 공신'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앞으로도 당분간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는 마주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우려는 언제 또다시 하루아침에 경마가 중단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다.

따라서 마주들은 경마산업 정상화와 사업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조속히 온라인 마권 발매가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마주협회장배 대상경주, 2년만에 관중입장 개최 "오랜만에 활기"

지난 20일 오후 서울경마공원에서 제8경주로 열린 '제29회 서울마주협회장배 대상경주(G III)'는 1200m 단거리 최강자를 가리는 경주대회로 법인마주인 라온산업개발㈜ 소속의 '라온더파이터(3세)가 6마신차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라온더파이터는 지난해 11월 데뷔 후 이번 대회까지 8회 출전해 8회 우승이라는 놀라운 기량을 선보였다.

2위는 법인마주 (주)나스카 소속의 '어마어마', 3위는 개인마주 박남성 마주의 '모르피스'가 차지했다.

이날 대회는 지난달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내 '출전마 마주실(오너스 라운지)' 개최와 이달 초 관객입장 재개 이후 처음 열린 서울마주협회장배 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지난해 대회는 관중 입장 없이(무관중) 치러졌다.

오너스 라운지에서 마주 라온산업개발과 박종곤 조교사, 박태종 기수에게 우승 트로피를 수여한 서울마주협회 조용학 회장은 "그동안 한국경마를 위해 많은 적자와 손실을 감내하며 버텨내 주신 마주 회원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올 한해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경마정상화와 온라인 발매 법안 통과를 위해 매진한 1년이었다"며 "앞으로도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경마 선진화를 선도하는 서울마주협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830여 마주, 2년간 손실 감내...국산마 구매, 마필 관리비 지출 '말산업 살리기'


20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출전마 마주실(오너스 라운지)에서 서울마주협회 조용학 회장(왼쪽 4번째)과 백국인 부회장, 조건진 홍보분과위원장, 우승마 마주 라온산업개발 관계자, 박태종 기수 등 관계자들이 제29회 서울마주협회장배 대상경주 우승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20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출전마 마주실(오너스 라운지)에서 서울마주협회 조용학 회장(왼쪽 4번째)과 백국인 부회장, 조건진 홍보분과위원장, 우승마 마주 라온산업개발 관계자, 박태종 기수 등 관계자들이 제29회 서울마주협회장배 대상경주 우승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서울마주협회는 국내 대표 마주 클럽으로 1993년 '개인마주제' 도입과 동시에 출범했다.

당시 한국마사회 '단일마주제'였던 한국경마는 경쟁을 도입하고 경마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개인마주제'로 전환됐고, 정·재계 사회 저명인사 중심으로 441명의 '개인마주'가 '원년마주'로서 출발했다.

'수상이 되기보다 더비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의 말처럼 유럽과 미국 등 영미권에서는 마주가 되는 것이 최고의 명예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경마가 1920년대 일제의 우민화 정책의 하나로 시작됐다는 인식 외에도, 경마는 도박이라는 인식이 유독 한국에서는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마주제 초창기에는 국내 처음 도입하는 개인마주제가 정착하기까지 시행착오와 마주측 금전 손실도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한국 마주들은 명예나 돈을 벌기 위한 목적보다는 말과 경마에 가진 개인 애정으로 마주가 되는 경향이 컸다. 또한 밖으로 드러나는 활동보다 보이지 않는 협회원 친목활동, 사회 봉사활동, 기부활동에 주력해 왔다.

현재 201승으로 마주 다승왕인 박남성 마주(왼쪽 사진의 왼쪽)와 한국 최초 200승 마주인 남승현 마주(오른쪽 사진). 사진=서울마주협회 이미지 확대보기
현재 201승으로 마주 다승왕인 박남성 마주(왼쪽 사진의 왼쪽)와 한국 최초 200승 마주인 남승현 마주(오른쪽 사진). 사진=서울마주협회

마주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마주들에게도 큰 타격이었다.

서울마주협회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 평상시에 서울 전체 480여 명의 마주(개인마주·법인마주 포함) 중 60% 가량은 '적자' 또는 '본전'을 면치 못한다.

마주의 유일한 수입원은 '상금'인데 경주 횟수, 두당 출주 횟수 등이 제한된 국내에서 마주로서 1년에 1번 우승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29년간 100승 이상을 거둔 마주는 그동안 이탈한 마주를 포함해 역대 총 31명에 불과하다.

마주는 두(頭)당 3000만~4000만 원의 마필 구입비는 물론 고정적으로 두당 월 150만 원의 사료비와 관리비 등을 지출한다.

경마중단 이후 마사회는 사내유보금을 풀어 '상생 경마(무관중 경마)'를 시행하고 상금을 지급했으나, 코로나 이전보다 경주 횟수와 상금 규모가 줄다보니 지난 1년 8개월간 480여 명의 마주의 70% 이상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코로나 이전에도 적자 또는 본전인 마주가 절반 이상이었는데 코로나로 적자 마주가 10% 포인트 이상 더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전체 서울 마주들의 총 적자 규모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전체 서울 마주 총 적자 규모의 2배를 넘었다. 이러한 상황은 전국 830여 명의 더러브렛(경주마 품종) 마주(서울 480명·부산 350명 포함, 제주마 마주 제외)의 공통된 어려움이다. 마주들은 당분간 이러한 적자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 8개월 사이 '마주 이탈 비율'은 코로나 이전 자연 이탈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년마주'와 개인마주제 도입 초창기 마주들을 중심으로 "마주가 떠나면 한국경마가 죽는다"는 분위기가 마주들 사이에 강했기 때문이다.

조용학 서울마주협회장과 한국 마주 최초로 200승을 달성한 남승현 마주 등은 개인마주제 도입 이래 30년 가까이 마주로 활동해 온 원년마주이고, 이번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경주마 모르피스의 박남성 마주는 1997년 마주가 된 초창기 마주이다.

서울마주협회 관계자는 "마주는 수지가 안 맞는다고 쉽게 마주를 포기하거나 이탈하기 어렵다. 말 생산부터 경주까지 4~5년 사이클로 유지되는 경마산업에서 유일한 투자자인 마주가 떠나면 경마산업이 복원되는데 10년 이상 걸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마권 발매는 시대 흐름…당장 법제화 필요" 마주들 한목소리

100승 달성 마주와 경주마 모습. 사진=서울마주협회 이미지 확대보기
100승 달성 마주와 경주마 모습. 사진=서울마주협회

경마 중단 1년 8개월간 마사회는 무관중 경마 상금 지급, 말생산농가 지원 등을 위해 사내유보금 8000억 원 가량을 소진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마사회 역사상 처음으로 수천억 원대 차입도 결정했다.

말 생산농가들은 가구당 소득이 30~40% 가량 줄었고 전국 900여 말 생산농가(경주마·일반마 포함) 중 400여 농가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료비 지원, 무이자 융자 등 말농가를 지원해 왔다고 하지만 이는 대부분 추가 정부예산 지원이 아닌 마사회 유보금을 활용한 '돌려막기' 지원이었다는게 말농가들의 지적이다.

경마산업과 이에 의존하는 승마 등 전체 말산업이 통째로 붕괴될 위기에 놓였지만, 마사회·마주들의 '출혈'과 고객입장 재개로 말산업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서울경마공원 구(舊) 관람대 1층 경주로 결승선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만들어진 출전마 마주실에서 이날 기자가 직접 만난 마주들은 오랜만의 고객입장 재개를 반가워하면서도 근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코로나 확산이 심각해지거나 위드 코로나가 중단되면 언제 다시 하루아침에 경마가 중단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사행산업중 유일하게 경마만 온라인 발매가 금지돼 있어 오프라인 경마장이 폐쇄되면 또다시 경마산업 전체가 '올스톱'하게 되는 현재의 '비정상적인' 구조에 기인한다.

오너스 라운지에서 만난 한 마주는 "마사회는 미리 1년치 경주일정을 세우고 경마 종사자들도 그에 맞춰 출전 계획을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내일 당장 경마가 멈출지 하루 앞을 알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마주는 "온라인 발매는 경마업계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4차산업혁명과 비대면 시대에 필연적으로 갖춰야 하는 온·오프라인 융복합 시대의 흐름"이라며 "이를 2년째 방치하며 산업붕괴 위기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소관부처인 농식품부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금 당장 온라인 발매 법제화에 협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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