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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리비안이 쏘아 올린 ‘혁신적 기업가정신’의 큰 공

미국, 혁신기업 육성에 ‘기다리는 문화’ 정착...한국, 반(反)기업 정서에 야성적 충동 사라져

김민구 기자

기사입력 : 2021-1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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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 산업부장겸 부국장.
최근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리비안(Rivian) 돌풍을 바라보면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 명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기계공학 박사 출신 로버트 J. 스캐린지가 29세이던 2009년 문을 연 리비안이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2년 후인 2011년 이후다.

스캐린지는 미국 일리노이주(州) 공장에서 한 해 15만 대에 달하는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아직 이렇다 할 매출 실적이 없다. 기껏해야 올해 말까지 전기 트럭 1200대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5대를 생산할 수 있는 게 전부다. 올해가 한 달 남았는데 그의 호언장담이 지켜질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도 리비안은 최근 시가총액이 173조 원을 넘어 독일 자동차 자존심 폭스바겐(162조 원)을 제치고 전 세계 3위 자동차 업체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아직 매출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기업에 자본시장이 이토록 환호하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블랙스완에 세계 경제가 대혼란에 빠졌고 전 세계 주요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 혹은 제로금리 정책을 펼쳐 갈 곳을 잃은 대규모 자금이 리비안처럼 전기자동차 산업으로 몰린 ‘머니 무브’의 결과로 봐야 할까.

일각에서 리비안을 ‘전기차 버블’이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리비안이 ‘쏘아올린 공’을 ‘묻지마 투자’라고 폄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기다릴 줄 아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리비안은 또 다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데자뷔다.

일론 머스크가 2003년 세운 테슬라는 설립 이후 줄곧 적자에 허덕이더니 2020년 1분기에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다. 무려 17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더욱이 테슬라는 뉴욕증시 상장기업이다. 우리나라라면 주주총회에서 사업 부진에 따른 경영진 퇴진 목소리에 총수가 이미 짐을 쌌을 것이다. 그러나 테슬라는 18년이 넘도록 전기차 보급에 주력해온 머스크의 경영전략과 이제는 우주개발까지 용인하는 기업생태계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전기차라는 자동차 산업 ‘게임체인저’의 등장과 신(新)기술에 태클을 걸지 않고 집중 육성하는 미국 기업생태계가 삼위일체가 돼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물이 아니겠는가.

미국 정부는 반독점 외에 기업활동에 개입하는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규제 완화와 감세정책으로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고 있다. 이러한 기업정책이 미국 혁신기업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국정감사 때 기업 관계자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책상을 치며 호통치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도 지나친 규제로 사라진 기업가 정신을 이제 되살려야 한다.

거시경제학의 아버지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그의 저서 ‘고용, 이자, 화폐 일반이론’에서 소개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은 한때 우리 산업 생태계의 대명사였다.


한국경제를 일궈낸 창업 1세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반도체사업이 13년간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사업을 밀어붙여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 반도체업체로 만들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자동차 독자개발을 포기하라는 미국 정부 압력을 뿌리치고 개발을 밀어붙여 현대·기아차를 세계 5위 자동차 업체로 키웠다.

두 창업자가 주판알만 튕기거나 외압에 못 이겨 쉬운 길을 걸었다면 세계 10위 경제대국이 된 한국경제 신화는 없었을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암운이 길게 드리워진 한국경제호(號)에서 바라본 비비안 돌풍은 한동안 잊었던 기업가 정신과 혁신의 중요성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김민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ntlemin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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