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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위즈' 맏형 유한준, 슬기로운 몸관리 후배선수들 롤모델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24)] 다가오는 시니어 전성시대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21-12-0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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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4차전 경기. 8대 4로 우승을 차지한 KT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야구 경기 관람을 즐기는 필자에게 2021년 한국시리즈는 남다른 기쁨이 있었다. 물론 필자가 응원하는 팀이 코리언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해 속상하긴 했지만 그보다 창단된 순서로 보면 막내구단인 'kt 위즈' 구단이 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된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 선수가 필자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 선수는 챔피언이 된 후 18년 동안의 현역에서 은퇴를 선언한 'kt 위즈'의 '든든한 맏형' 유한준 선수이다.


올해 40세인 그의 선수생활은 그렇게 화려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별명이 '미스터 루틴'일 정도로 시즌 때나 시즌이 끝나고도 정해진 훈련을 하루도 빼놓은 적이 없는 꾸준하고 성실한 생활을 유지했다. 그는 경기 6시간 전 운동장에 나와 웨이트트레이닝→러닝→타격 연습→상대 투수 분석→명상으로 이어지는 이 일정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지속했다. 식단도 매우 중시한 그는 닭가슴살 요리 등 단백질 위주 식단을 위주로 했다. 시즌 중에는 행여나 몸에 탈이 날까봐 탄산음료와 생선회, 초밥 등 날것은 아예 손도 대지 않았다. 출중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찍 은퇴하고 야구장에서 사라지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자기 몸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별명 '미스터 루틴' 정해진 훈련 꼭 소화

30세 후반만 되도 각 팀에서 '고참'으로 대우받으며 은퇴 압력을 받는 프로야구계의 실정에서 40세까지 활발한 현역선수 생활을 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노익장'을 과시한 것이다. 노익장은 '늙은이 노(老)'와 '더 할 익(益)' 그리고 '씩씩할 장(壯)'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이다. 그 뜻은 "나이를 먹을수록 기력이 좋아진다"는 뜻으로, 노인이지만 청년 못지않게 힘이 넘치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유한준 선수는 야구계에서 대표적인 노익장을 과시한 선수로 남게 될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에 배낭여행 신드롬을 일으켰던 '바람의 딸' 한비야(65)는 60세 때인 2017년 네덜란드 사람과 결혼해서 또 한 번 화제를 낳았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난 결혼할 줄 몰랐다...아이를 낳는 것도 아니다. 내 일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60살이 결혼 적령기였던 것 같다. 남편 때문에 멋지게 나이 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땡 잡았다 이런 생각"이라며 남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도 다양한 영역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또 점차로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의 한 유명 패션지가 더 이상 '노화 방지'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얼루어(allure)》라는 패션지의 편집장인 미셸 리(Michelle Lee)는 "우리는 노화가 싸워야 하는 대상이라는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호부터 '노화 방지'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히면서, "우리는 늙어감으로써 매일 충실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기회를 얻는다"며 아름다움이 젊은이들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선언해서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이 '그녀는 나이에 비해 예뻐 보인다'고 표현할 게 아니라 그냥 '그녀는 멋지다'고 표현하면 좋겠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편집장은 글 말미에 "미국인들이 젊음을 떠받든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젊음의 싱그러움을 인정한다는 것이 곧 우리가 늙어가며 추하게 변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40세까지 현역 선수 생활로 노익장 과시

1948년 생으로 올해 73세인 메이 머스크((Maye Musk)는 2017년부터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인 '커버걸(Covergirl)'의 공식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Tesla)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어머니이기도 한 메이 머스크는 처음 모델을 시작할 때 "오랜 세월 '커버걸'의 멋진 모델을 동경해왔던 내가 69세의 나이에 그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라며 "이것은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나를 커버걸의 다양성의 일원으로 참여시켜준 데 대해 감사한다"라며 "아름다움은 진정 모든 연령대의 여성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지난 2019년 미국 은퇴자 협회(AARP)가 주관한 '50대 이상의 노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 세미나의 패널로 등장했다. 이 세미나에서 그는 "광고 속 노년층이 멋진 차림새를 하고 행복한 모습, 지적인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은 노년층인 우리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들이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유명한 '시니어 모델'들이 나타나고 있다. 2020년 당시 78세인 최순화씨는 2018 F/W 헤라 서울패션위그에서 시니어 모델 최초로 피날레를 장식하면서 기염을 토했다. 또 2019년에는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요가복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도 발탁되기까지 했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1955년생 남자 시니어 모델 김칠두씨도 순대국밥집을 운영하다가 패션모델로 데뷔하였다. 그는 대부분 10~20대 초반의 패션모델들과 일하면서 "좋은 건 이루 말할 수 없다...이걸 하다 보니 뭐랄까 열의가 생긴다고 할까? 힘이 나는 것 같고, 런웨이에 있을 땐 진짜 기분이 좋다...열정 같은 게 다가오는 것 같고 그래서 참 좋다"라고 시니어 모델의 즐거움을 설명하고 있다.

화장품이나 패션 업계에서 시니어 모델을 이용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 의미는 젊은이들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뜻한다. 이제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각 세대가 세대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젊은 척을 할 필요도 없고, 젊은이들의 모습과 닮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사람이 전생애에 걸쳐 발달한다는 생각은 의외로 최근에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발달은 유아기에서 청년기까지만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학자들도 지배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발달을 '성장'과 동의어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발달을 성장으로 여기면, 우리의 삶은 탄생⤑발달⤑유지⤑퇴보⤑사망의 순서로 진행되는 것으로 정리된다. 이 과정에서 제일 좋은 시기는 당연히 발달과 성장이 절정에 이르는 청년기가 된다.

한비야는 60세에 네덜란드인과 결혼도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발달은 성장이 아니라 '변화(變化)'라고 보는 시각이 더 적합하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매시간 변화한다. 결국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발달의 각 단계는 이전 단계에 의해 영향을 받고,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단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각 발달 단계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가치와 특성이 있다. 우리의 전생애를 변화라는 시각으로 이해하면 어느 단계도 다른 단계보다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하지 않다. 다만 각 단계의 특징에 맞게 사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즉,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청년은 청년답게, 중년은 중년답게, 그리고 노년은 노년답게 사는 것이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1920년생인 102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아직도 강의와 저술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아요. 저는 인생의 황금기는 60세부터 75세까지라고 믿고 있어요. 요사이도 60분 정도 강연은 서서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너무 일찍 성장을 포기하는 '늙은 젊은이들'이 너무 많아요"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2017년 '유일한상'과 '인촌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노년이 아름답고 행복할 때 모든 세대가 마음 놓고 나이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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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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