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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스우파'가 보여준 '여성스럽다'의 벽 넘어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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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 3W리더십 대표(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
조직에서 여성 리더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여성의 캐릭터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여자는 상냥하고 착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은 구성원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때로는 힘든 결정과 협상을 해야 하는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여성이 적합하지 않다는 선입견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 스스로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맥킨지글로벌 연구소가 2013년 12개국 1000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젠더 다양성과 관련된 리포트 'Woman matter'에 따르면, 절반에 못 미치는 41%의 중간관리자와 43%의 임원만이 여성이 남성만큼의 리더십을 수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흥미롭게도 여성 역시 40% 정도만이 본인이 리더로서 적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외부에서는 수직적 리더십의 한계를 지적하며 포용적 리더십의 확대를 위해 여성 리더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의 의식구조는 외부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한 중견 기업에서 여성팀장으로 근무했던 필자 역시 ‘여자가 너무 나댄다’는 비난을 종종 들었다. 팀장 초기 시절에는 필자의 잘못이라 생각해 최대한 앞에 나설 기회를 만들지 않으려 했지만, 이번에는 ‘여자라서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정반대의 비난이 들려와, 이후에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신경을 덜 쓰고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의 평가에 초연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남성 직원의 비중이 높은 회사에 근무하는 여성 리더들의 경우, 여성의 성향에 대한 고정관념을 극복하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거나, 부당한 대우를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엘리시아 메넨즈(Alicia Menendez)는 <How to break free and succeed as you are>라는 책을 통해 '호감도의 덫(Likeability Trap)'을 말했다. '여자는 친절하고 상냥해야 해'라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유능한 여성들조차 회사와 집, 공공 영역에서 연봉과 승진, 인정에 대해 요구를 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친절하되 너무 친절하거나, 추진력이 있되 너무 추진력이 강하면 사람들의 호감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덫에 빠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일하는 여성들이 덫을 빠져나가기 위해 스스로 독창적 재능과 스타일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호감'이라는 것은 게임에 필요한 하나의 요소일 뿐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 스스로 갇히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2021년 최고의 화제 콘텐츠 중 하나인 Mnet의 여성 댄서 배틀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는 엘리시아가 얘기한 ‘호감도의 덫을 극복한’ 좋은 사례를 우리에게 보여줬다. ‘여성이 춤으로 싸운다’는 콘셉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성스럽다’의 이미지와 상충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등장한 여덟 명의 리더에게 ‘멋진 여성리더’라며, 기존의 여성 댄스에게 말하던 ‘예쁘다’, ‘섹시하다’ 대신 ‘실력 있다’, ‘멋있다’, ‘존경한다’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자신들의 크루들을 이끄는 여덟 명의 여성 리더들은 저마다의 리더십 스타일을 갖고 있다. 모니카는 프로페셔널리즘을 강조하며 팀원들을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가비는 솔직하고 유쾌하게 소통하며 이끈다. 그들의 춤 스타일과도 닮아 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실력 만큼은 제대로다. 저마다 언더씬, 가수의 뒤편,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려 쌓은 단단한 내공의 소유자이며, 흔들리지 않는 춤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있기에 어떤 비트가 주어져도 자기 스타일로 멋지게 소화한다.

하지만 그녀들을 빛나게 한 키워드는 ‘실력’ 보다 ‘목적의식’과 ‘협력’이었다. 웨이비가 탈락했을 때 “패배를 가져가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해내고 왔다는 걸 가져가고 싶다.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하게 춤을 췄으면 좋겠다”는 노제의 말처럼 그들의 진짜 목적은 ‘우승’을 넘어 ‘댄서들의 존재감과 문화’를 넓히는 것이었다. 때문에 무대에서는 한치의 양보 없이 대담하고 치열하게 싸우지만, 무대에서 내려와서는 ‘기싸움’을 연출하려는 의도적 편집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기존의 통념인 ‘여자의 적은 여자다’를 넘어서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줘 ‘워맨스(Woman과 Romance 합친 신조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또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른이다'며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 우승한 상대에 대해 ‘정말 잘했다’고 포옹하는 모습, ‘댄서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기억하라’며 방향을 제시하는 모습’, 무릎 부상에도 크루들의 컨디션을 먼저 챙기는 모습 등을 통해 좋은 리더가 어떻게 경쟁하고, 동기부여하며, 협력해야 하는지를 진정성있게 보여줬다.

같은 목적을 바라보며 공정하게 경쟁하고 서로 협력하는 모습은 ‘스트릿우먼 파이터’의 10대 버전인 ‘스트릿 댄스 걸스 파이터’에도 그대로 전수됐다. ‘잘 봐, 언니들은 이제 시작이다’라는 허니제이의 우승 수상 소감처럼 앞으로도 그녀들이 어떻게 사람들이 규정한 ‘여성스러움’을 넘어 자신의 실력과 스타일로 리더십을 펼쳐나갈지 계속 지켜보고 싶다.


송지현 3W리더십 대표(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

송지현 3W리더십 대표(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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