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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정용진 부회장께 감히 드리는 부탁

석남식 기자

기사입력 : 2022-01-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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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남식 유통경제부 부국장

"라떼는 말이야~". 요즘 세대들이 싫어 하는 말이다. 그래도 '라떼' 얘기를 좀 해야겠다.

어릴적 단체 관람으로도 보고 TV에서도 방영됐던 '똘이장군' 이야기다. 똘이장군은 동물들과 어울려 숲속의 장군으로 살던 소년 똘이가 사람들을 강제 노역 시키는 짐승의 모습을 한 북한 악당을 쳐부수고 탐욕스런 붉은 수령까지 무찌르는 내용이다. 북한군을 여우와 늑대로, 남파간첩을 박쥐로 묘사했다.


'똘이장군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로 시작하는 주제가가 지금도 귓가에 맴돌 정도다.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의 반공 애니메이션으로 '태권브이'로 유명한 김청기 감독이 제작했다. 게다가 당시 각본을 중앙정보부 소속 직원이 쓸 정도였고, 직간접적인 지원까지 있었으니 흥행은 보증수표였다.

그래서 였을까. 어릴적에는 북한 사람들이 사람 모습이 아닌 짐승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진짜로 무서웠다. 세뇌 학습의 결과물로 치면 씁쓸하지만 성공했다고 해야겠다.


그런 영향이었을까. 1996년 중국 유학길에 첫 발을 내딛은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의 공기는 무서웠다. 도처에 제복을 입은 '중공군'(당시에는 중국을 중국공산당을 줄인 '중공'으로 불렀다)이 깔려 있었다. 1992년 한중 수교가 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중공군과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잡혀갈까봐 두려웠다. 심지어 공항에서 학교로 가는 도중 군용 트럭 짐칸에 흰 두건이 씌여 짐짝마냥 널부려져 있는 사람들을 보니 공포심마저 들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살인이나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죄인을 저렇게 흰 두건을 씌워 시내를 한바퀴 돌리는 이른바 '조리돌림'을 하고 나서 사형 시킨다고 했다. 끔찍했다.

그런데 학교 생활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난 뒤에는 그들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체재는 다르지만 그들도 평범한 아빠였고, 엄마였으며 친구였다. 그렇게 '똘이장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요즘 때아닌 '멸공' 논란으로 시끄럽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외친 '멸공'이 정치권까지 번져 논란이 됐다. 더군다나 신세계그룹 관련 제품을 불매하자는 '보이콧 정용진' 세력과 정 부회장을 응원하는 '바이콧 멸공'이라는 웃지못할 대립구도도 만들어졌다. 신세계그룹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똘이장군'이 개봉한 년도는 1978년이다. 무려 40년도 더 지났다. 한중 수교도 30년이 흘렀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래로 공산주의가 아닌 사실상 자본주의 국가가 됐다.

사실 공산주의는 사회적 이념이라고 보기보다는 경제적 이념에 가깝다. 공산주의 이론에 따라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계획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공산주의다. 모든 생산수단을 공유하고 그 생산수단으로부터 나오는 것들을 공평히 나누자는 경제이념이다.


그런데 지금 전세계에 공산주의 계획경제를 하는 나라는 단 한곳도 없다. 모두 실패했다. 그렇다면 정용진 부회장이 외친 '멸공'은 공허한 외침이 된다. 존재하지도 않는 경제이념인 공산주의자를 멸(滅)하자는 '멸공'은 대상이 없어진지 오래다.

신세계그룹은 전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이 된지 오래다.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에는 이념도 정치도 없다. 공산당인 덩샤오핑(鄧小平)이 외친 흑묘백묘(黑猫白猫) 처럼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정 부회장에게 감히 부탁드리고 싶다. 제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그만하시라고 말이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고 말한 영국의 알렉스 퍼거슨 축구 감독은 더 이상 '의문의 1승'이 목마르지 않다.


석남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ton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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