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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68년-3] 기술‧인재만 빼앗고 약속 불이행…잃어버린 18년

中 상하이기차에 매각했으나 먹튀’로 끝나
印 마힌드라그룹 인수, 경영난에 포기 선언

채명석 기자

기사입력 : 2022-01-14 17:40

쌍용자동차의 소형 SUV 티볼리. 마힌드라 그룹으로 편입된 후 내놓은 차종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사진=쌍용차이미지 확대보기
쌍용자동차의 소형 SUV 티볼리. 마힌드라 그룹으로 편입된 후 내놓은 차종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사진=쌍용차
진통 끝에 쌍용자동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기차에 매각이 완료됐다.

쌍용차는 매각 직전까지 대우그룹 시절에 렉스턴을 출시, 대박을 치면서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작 쌍용차의 위기는 상하이기차가 경영권을 잡은 뒤부터 시작됐다. 상하이기차는 약속했던 자금 지원을 하지 않고 쌍용차의 신차 개발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핵심기술을 빼앗다시피 가져가 버렸다. 신차가 나오지 않으면서 회사의 주력인 SUV 차량 판매량은 현대자동차에게 추월당했다.
적자가 지속됐지만 상하이기차 경영진은 회사에 대한 지원을 거부했고, 전형적인 먹튀 행각을 본격적으로 보였다. 쌍용차는 자력 회생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자동차 업계는 쌍용차 매각은 중국이 기술 자립을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계기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중국에는 선진국 자동차회사의 합작공장은 존재했지만 하청 조립 수준일 뿐 핵심기술을 이전받지 못해 독자 모델 개발을 못하던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상하이기차는 쌍용차가 수십년간 발전시킨 기술을 가져다가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매각 당시 경제계와 시민들이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은 중국에 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나마 매각액도 쌍용차 평가액의 절반도 안되는 헐값이었다.

헐값 매각에 신차 개발도 중단, 판매감소 이어지며 대규모 감원


2008년 유가 급등 및 금융 불황으로 인해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쌍용차는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고, 임직원들의 월급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상하이기차는 2000명 감원이 선행돼야 투자를 할 수 있다고 고집했다. 노조의 분노가 폭발했지만, 우리 정부조차 상하이차의 책임있는 행동이 우선 돼야만 쌍용차를 지원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상하이기차는 그해 서울지방법원에 쌍용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경영권을 포기했다. 회사 상태를 분석한 법원은 2009년 11월 상하이기차가 불법으로 쌍용차의 기술을 가져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국가에서 지원한 연구 개발 자금을 사용해 쌍용차가 개발하게 한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도 상하이기차에 유출됐다. 당시 진보신당의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외교부 대외비 문서에 따르면 상하이기차가 쌍용차를 털고 가기로 결정한 이유로 기술 유출에 예민한 노동자의 비협조, 검찰의 미흡한 조사, 정부의 비협조, 금융기관의 무관심이었다. 법을 어긴 상황을 인지했으나 상하이기차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법정관리에 돌입한 쌍용차는 직원들의 정리해고와 그에 반대하는 파업과 차량생산 중단, 해고직원의 극단적인 선택 등이 이어지며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법정관리 끝에 마힌드라에 매각


옥쇄파업과 대량해고 사태를 겪은 쌍용차는 2011년 인도 마힌드라 그룹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두 번째 외국인 주인을 맞은 상황에서 쌍용자동차는 반등에 성공, 2013년에는 14만5649대를 판매해 매출 3조4849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경쟁사들의 견제 속에 내수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수출시장 개척 노력도 기대만큼 커지지 못하면서 만성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0년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주요 완성차 공장의 생산 중단 및 판매 감소가 이어지면서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 조차 유동성 위기에 빠져, 쌍용차에 대한 23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취소하면서 회사의 자금난을 부추겼다.

2020년 신차를 거의 출시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쌍용차는 생존을 위한 자구 노력을 진행했다. 육군의 차세대 군용차 사업을 따내고, 보유하고 있는 부지와 건물 등을 매각하며 마른 수건을 쥐어 짜듯 노력해 현금을 마련했다.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자동차 지배권 포기를 포함한 새로운 투자자 물색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쌍용차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2000년 9월 미국의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쌍용차 투자에 관심 보이며 실사를 진행했다. 매각 절차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자 쌍용차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은 그해 말 쌍용차가 신청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수용하고,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2월28일까지 보류하기로 했다.

하동환 창업자 2018년 5월 27일 별세


한편, 쌍용차의 모태인 하동환 자동차 제작소 창업자 하동환 한원그룹 명예회장이 2018년 5월 27일 별세했다. 파란만장했던 88년 생애를 보낸 고인은 1930년 개성에서 태어나 10대부터 자동차 정비공장의 기술자로 일했다. 그는 1954년 하동환 자동차 제작소를 설립했고, 1962년 사명(社名)을 ‘하동환 자동차공업주식회사’로 바꿨다. 고인은 미군이 남기고 간 폐차 엔진에 드럼통을 두드려 펴 만든 버스를 선보이며 ‘드럼통 버스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회사를 매각한 뒤 하동환 회장은 트레일러를 생산하는 동아정기 회장으로 활동하며 한원그룹을 세웠다.

“국산차를 개발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창업을 했다는 하동환 창업자는 회사가 가장 어려운 순간에 눈을 감았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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