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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 입은 분들 안타까운 순직에 존경의 마음 보내야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27)] 제복의 의미와 믿음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22-01-19 09:07

소방관의 제복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준다는 믿음을 준다. 국민들도 자기를 희생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소방관의 제복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준다는 믿음을 준다. 국민들도 자기를 희생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최근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진화 작업에 투입된 소방관 3명이 숨졌다. "건물 안에 작업자 3명이 남아 있다"는 한마디 말을 듣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불길로 뛰어 들어간 세 소방관은 화마에 쓰러져 끝내 가족과 동료의 품에 돌아오지 못했다.


또 임무 수행을 위해 기지를 이륙하던 중 추락한 한 공군 전투기의 조종사는 탈출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민가의 피해를 막고자 죽음의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사투를 벌였던 정황이 사고 조사에서 드러났다. 전투기는 주택이 몇 채 있는 마을과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 민가를 피하려고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복(uniform)을 입은 분들의 안타까운 순직(殉職)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미국 초등학교 교육을 생각하게 된다. 필자가 미국 시카고에서 유학할 때 맏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하교를 시키려고 학교에 조금 미리 가서 마지막 시간을 참관했다. 그때 담임선생님이 갓 입학한 어린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너희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누구에게 먼저 도움을 청해야 하니?" 그러자 학생들이 "부모님" "선생님" 등 가까운 사람들을 지목했다. 그 때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전혀 뜻밖이었다.

"앞으로 너희들이 살다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제복 입은 사람들을 찾아가거라. 그들이 입은 제복은 너희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뜻이다."

한 번도 군인이나 경찰관 그리고 소방관들이 입고 있는 제복의 의미를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저 막연히 군인은 국가를 지키고 경찰은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소방관은 불이 났을 때 인명을 구조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복은 그들의 신분을 나타내거나 조직의 특성상 일치된 제복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만 막연히 하고 있었다.

광주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서 소방관 3명 화마에 희생


더군다나 군인이나 경찰에 대해서는 어려서부터 무섭고 두려운 존재로 교육받았기 때문에 피하거나 무시할 대상으로 여겨왔던 필자에게는 그들의 제복이 '나를 위해 죽을 수 있다'는 뜻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군사 쿠데타'에 의한 군부독재를 경험했고, 대학 시절에는 장갑차를 앞세운 군인들이 학교에 무단 침입해 강의실에서 공부하고 있던 남학생들을 곤봉으로 때리고 울부짖는 여학생들까지도 머리채를 잡고 운동장으로 끌어내던 광경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하며 울분에 찬 젊은 시절을 보낸 경험이 군인들을 가깝게 느끼기 어렵게 만들었다.

미국에 처음 가서 생소했던 것들 중 군부대와 묘지(墓地)가 시내에 있는 것이었다. 그 때만 해도 군부대와 묘지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친구에게 군부대가 시내에 있는 것이 불편하지 않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군부대가 가까이 있어야 안심이 된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고 대답하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신입생들에게 조언해주시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이해하게 되었다.

미국 남자 어린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완구(玩具)가 'G.I. Joe' 모형이다. 미군 남자 병사를 본 뜬 모형을 여러 개 가지고 서로 싸움도 하고 협동을 해서 공통의 적을 물리치는 놀이를 좋아한다. 마치 여자 어린이들이 '바비(Barbie) 인형'을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여자 어린이들이 '바비 인형'을 좋아하는 것처럼 남자 어린이들에게도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G.I. Joe' 모형이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군인에 대한 호감이 없었다면 그 모형이 남자 어린이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인 것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중에는 경찰차와 소방차가 있다. 군인, 경찰, 소방관 등의 공통점은 바로 제복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사투중 민가 피해 줄이려 고귀한 희생


군인이나 경찰, 소방관 등이 업무를 수행하다가 목숨을 잃었을 경우 '순직(殉職)'이라고 부른다. 사전적 의미는 "직무를 다하다 목숨을 잃음"이다. 다양한 직업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목숨을 잃는다. 그들도 엄밀히 이야기하면 '순직'이다. 하지만 통념상 '순직'은 제복을 입고 일하다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존중하며 부른다. 이들의 주된 직무는 일반 시민들과 다르게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이다. 이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다가 목숨까지 바치는 것이다.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다가 목숨까지 희생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최근 층간 소음 때문에 갈등하던 주민이 소음을 일으키는 다른 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를 제압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 비난을 받고 있다. 이 경찰이 소속된 경찰서장이 직위해제가 됐다는 것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목 부위를 흉기에 찔린 여성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때 출동한 경찰이 자신의 직무, 즉 시민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제복을 입고 있다는 엄중한 책무를 수행했다면 주민들이 고마워 했을 것이다.

사람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은 두려움과 불안이다. 따라서 사람에게 제일 필요한 심리적 장치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다. '믿음'은 '힘든 일을 당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항상 거기에 있다는 마음'이다. 이런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믿음을 줄 수 있는 일차적인 대상은 물론 부모이다. 부모에게서 충분히 사랑을 받고 자라면 비록 어려운 일이 있어도 부모가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희망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제도적으로 우리 곁은 끝까지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다. 제도로서의 제복은 항상 우리와 함께 한다. 군과 경찰 그리고 소방관 등이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을 신뢰할 수 없다면 개개인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방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무력해지고 과도한 불안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과도한 불안에 빠진 사람들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고, 통제가 불가능한 혼돈상태가 야기될 수 있다.

사람의 원초적 감정은 두려움 제일 필요한 심리 장치는 '믿음'


'군은 사기(士氣)를 먹고 사는 집단'이라고 한다.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서는 직무에 상응하는 적합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제복을 입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사기를 느끼는 것은 시민들이 보여주는 따듯한 존경의 시선이다. 자신들이 존경받고 있다고 충분히 느낄 때 제복에 대한 자부심이 고양되고 국민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생명을 버릴 수 있는 힘이 나온다.

최근 한 언론사에서 2012년에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의 제10회 대상을 수상한 해군 특수전전단 김정호 준위(47)는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때 마주했던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의 얼굴을 기억하면서 "당시 태극기가 새겨진 UDT 전투복을 보고 환하게 웃던 선원들의 표정은 지금도 두려움을 무릅쓰고 작전 현장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회상했다. 더불어 그는 "타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희생의 본질은 사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해적에게 납치돼 극한 상황에 몰려 있던 우리 국민들은 국군 전투복을 보는 순간 '이제 살았다'며 마음을 놓았다고 합니다. 우리 제복이 앞으로도 신뢰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국가와 국민 보호에 헌신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제복을 입은 분들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국민을 위해 망설임 없이 자신의 생명을 던질 수 있도록 평소에 그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제도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또 초등학교 때부터 이들에 대한 존경심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동시에 순직한 이들이 우리 가까이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순직한 분들의 이름을 건물에 붙이든지 길 이름으로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세종로' '충무로' '을지로' '퇴계로' 등의 길을 가지고 있다. 성군(聖君)이나 영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주위에 있다. 그렇게 믿을 때 우리는 편안히 살아갈 수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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