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경기 예견 지표로 통하는 국제 구리 가격이 새해 들어 급등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런던 금속 거래소(LME)에서 이날 구리 1톤이 9074 달러(약 1134만 원)에 거래됐다. 구리 가격이 톤당 9000 달러를 넘은 것은 2022년 6월 이후 처음이다.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 벌써 8%가 급등했다.
구리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광물이다. 구리 가격은 지난해 6월 이후 하락장에 들어섰고, 2021년 5월 당시의 최고치인 톤당 1만 700달러에서 20% 이상 하락했었다. 그러나 구리 가격이 지난해 최저치에 비해 현재 다시 20%가량 뛰었다.
미국 달러화 약세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포기에 따른 경제 활동 재개 등이 구리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전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통제 조처를 해제함에 따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으나 중국이 이 팬데믹에서 벗어나면 산업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해 제조업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구리 가격이 오르고 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연쇄 금리 인상을 올해 어느 시점에 종료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돼 구리를 비롯해 달러화로 거래되는 광물 가격이 상대적으로 내려갈 것으로 시장이 판단한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새해 들어 미국과 유럽 경제가 ‘소프트 랜딩’(연착륙)에 성공할 수도 있다는 낙관론이 확산하는 것도 구리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리 가격 변화는 흔히 경기 선행 지표로 통한다. 지난 30여 년 동안 경기 침체가 시작되기 전에는 반드시 구리 가격이 하락했다. 구리는 자동차, 주택 등에 걸쳐 산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어 구리 가격이 경제 활동 전반을 비추는 거울로 통한다.
구리 가격은 지난해에 달러화 초강세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인해 급락했다. 연준이 지난해 3월부터 공세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달러화 가치가 급등해 투자자들이 구리 투자를 극도로 꺼렸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